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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Data Analyst의 삶

독일 정규직 첫 출근 D-1

 

 

 

독일에서 첫출근 전날

2020년 12월 1일

 20대 끝자락에 내 인생 처음으로 정규직 직원이 된다. 독일 이민을 결심했을 때부터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던 목표였는데 막상 이루고 나니 허무한 느낌도 있다. 굉장히 높고 멀게만 느껴져서 이뤄내면 큰 대회에서 1등 트로피를 거머쥐는 엄청난 기쁨과 성취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5년 간 독일에 살면서 독일화가 많이 됐나보다. 석사 정원 20명 중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 독일인 팀원들 사이에서 Werkstudent(Work Student)로 1년 넘게 일하다 보니 나의 원대한 꿈이 여기서는 대학 졸업하면 누구나하는 흔한 취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달까. 

 

 

 

 

 우리 회사는 12월 1일과 12월 11일 이틀에 걸쳐 신입사원 교육을 하는데 첫 날은 쾨텐(Köthen), 두 번째는 라이프치히(Leipzig) 지사에서 진행한다. 지난 주에 인사팀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회사로 나와도 되고 화상채팅으로 참여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굉장히 넓은 미팅실을 예약해 놨고 최대 6명만 들어가서 서로 2m 거리를 두고 앉아 교육을 진행할 거다. 차도 9인승인데 5명만 타고 갈거다....'

라고 장황하게 설명하기에 그냥 같이 가겠다고 했다. 화상채팅으로 참여하겠다고 했어도 분명 바로 오케이 했겠지만 장단을 맞춰주고 싶은 느낌이었다. 독일인들은 개인주의가 심해서 남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분위기 맞춰줘도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에서 갈고닦은 눈치껏 잘하는 능력이 독일에서는 100배로 빛난다. 

 

 1년 넘게 Werkstudent로 일했던 회사라 그런지 내일이 첫 출근인데도 아무런 긴장감이 없다. 졸업 논문 쓸 때는 저녁이건 새벽이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할일을 하면 됐는데 오랜만에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가야 하는게 귀찮은 정도? IT 회사라 복장도 자유롭고 준비물도 내가 필요한 것만 챙겨가면 된다. 가장 걱정되는 건 독일인들과 독일의 흔한 대화 주제를 독일어로 대화하며 독일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네 가지를 한 번에 한 날은 하루종일 힘이 없다. 이제 익숙해 질만도 한데 이 4종세트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실제로 일하면서 팀 사람들이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하면 약속있다고 둘러대고 혼자 먹거나 친구를 불러서 같이 먹는다. 팀원들은 전부 착하고 좋은데 4종세트를 하고나면 이상하게 기빨리는 느낌이 들고 오후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내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한시간 잘 버텨봐야겠다. 

 

 

4종세트를 한데 모으면 이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