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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Data Analyst의 삶

독일 직장생활_매니저 개 Max가 퇴원해서 첫미팅이 미뤄졌다.

독일 직장문화_일보다 우리집 개가 더 중요하다

  어제 교육은 별일 없이 끝났다. 다니던 회사라 새로운 건 없었고 우리 회사가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나갈일이 없어서 몰랐는데 출근길에 보니 역시 독일은 크리스마스를 포기하지 못했더라. 오페라 하우스 앞 광장에 동화랜드(Märchenland)를 만들어 놓고 집에갈 때 보니 사람이 바글바글. 하루 평균 확진자 2만명은 그냥 생기는게 아니었다. 

 

라이프치히 오페라 하우스 (Oper Leipzig) 

  지난 주에 매니저가 내가 맡을 일을 설명해 준다고 오늘 오후 1시에 미팅을 잡았었다. 그러고는 어제 개가 입원해서 미팅에 늦게 도착한다고 연락을 하더니 결국 내일로 미팅을 미뤘다. 개가 일찍 퇴원하게 돼서 같이 있어줘야 한다고.

 

  독일에서는 이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작년에도 팀장언니는 말이 아파서, 옆 팀 직원은 고양이가 아파서 일찍 퇴근한다고 메일을 받은적이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정말 놀랐던 것은 다른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할 일이 남아 있는데도 반려동물 때문에 두 세시간 일찍 퇴근하는 동료에게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을 건네며 그들의 건강을 빌어주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아파도 병가를 맘편히 못 내는데......또 한번 선진국 방망이에 얻어맞은 순간이었다. 

 

  나도 한국에서 개를 10년 동안 키웠다. 그래서 반려견이 아플 때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있는 약속도 다 취소하고 아무데도 안가고 옆에 있어주고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 반려견이 아프다고 사실대로 알리고 일찍 퇴근하는게 가능하기는 할까. 사실 내가 독일로 이민가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도 유럽 배낭여행 중에 독일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나서 였다. 한국에서는 행여나 우리 개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 항상 마음 졸이며 다녔었다. 9kg 나가는 미니어처 슈나우저였는데 개가 시커멓다고, 크다고, 무섭게 생겼다고 핀잔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독일에서 엄청 크고 (대략 40kg) 침을 흘리며 냄새나는 개가 열차에 함께 탔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마치 그냥 사람이 함께 탄 것처럼 옆에 아무렇지 않게 서있고 불쾌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만지려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 순간 우리 또또에게 미안해지면서 이 나라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독일의 흔한 트램 풍경 / 라이프치히 개 박람회 (2019 Leipzig Hundemesse)

  오늘 미팅이 취소되면서 할 일 없이 첫날이 지나갔다. 내일 오전에 미팅에 잡혔으니 소주 한잔하고 얼른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