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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Data Analyst의 삶

한국 vs 독일. 교육열과 직장문화 비교.

한국과 독일 교육열 비교

 최근에 JTBC 예능 '1호가 될 순 없어'를 보고 크게 와 닿았던 장면이 있었다. 개그맨 박준형의 딸 혜이가 한국의 교육 문화를 파도타기에 비유하던 부분이다. 

'주변에서 하기 시작하면 우리도 해야만 해'

맞는 말이다. 12살인 혜이가 벌써부터 교육 현실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들어 본 비유 중에 최고였다. 독일 친구들이 '한국에서는 왜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해야 돼?', '한국 사람들은 왜 다 대학을 가려고 해?'라고 물어보면 어디서부터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었다. 조기교육, 경쟁 사회, 부모와의 관계, 높은 실업률, 높은 물가, 부동산 가격 등등......실업률이 낮고 최저임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만 해서 먹고살 수 있는 독일인들을 몇 분간의 대화만으로 이해시키기는 불가능했다.  

 독일에도 교육열이 존재하고 대학 졸업한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시선이 분명히 있다. 부모가 강요하지는 않지만 자식이 아비투어(Abitur,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4년제 대학에 입학하면 온 가족이 기뻐한다. 자식이 4년제 대학을 다니는데 남자친구가 아우스빌둥(Ausbildung, 직업학교 과정)을 하고 있다고 하면 부모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실제 내 친구의 얘기이고 엄마의 표정을 직접 봤는데 한국과 다르지 않은 반응에 적잖이 놀랐었다) 그리고 일반 서류를 작성할 때 이름 옆에 그 사람의 학위를 묻는란이 있다. 그 서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성별을 기입하듯이 박사 또는 교수일 경우 추가로 정보를 기입하는 란이 있다.  

 하지만 독일의 학구열이 혼자 앉아서 박수치며 응원하는 수준이라면 혜이가 말한 대로 한국의 교육열은 파도타기이다. 독일에서는 옆 사람 눈치볼 필요없이 응원을 하든 말든 온전히 내 선택이다. 하지만 한국은 내 옆줄의 모든 사람이 일어나 소리치며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는데 내 차례에 나 혼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한국과 독일 직장문화 비교

 교육문화처럼 직장문화 차이 또한 두 나라가 확연하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독일은 개개인의 의견 반영과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한국은 대부분의 경우 과정에서 윗사람이 불합리하게 변경사항을 주거나 실무자의 의견이 반영이 안된다 하더라도 결과가 성공적이야 한다. 또는 최소한 성공적으로 보여야 한다. 

 나도 예를 들어보자면 한국의 직장문화는 생오렌지를 착즙하는 것과 같다. 직원에게 열정이 있으면 신선하게 짜내고 결과도 대부분 좋다. 하지만 문제는 오렌지는 껍질만 남은 상태인데 그 상태로 계속 짜낸다. 더 이상 오렌지 주스가 안 나오면 더 힘센 사람이 와서 짜고, 더 센 압력을 가한다. 그래도 주스를 얻지 못하면 오렌지 향이라도 풍겨 오렌지 주스가 있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내실을 아는 사람은 이게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수치상으로는 모든 게 완벽하고 명분까지 좋아야 하는게 대다수의 한국 기업 일처리 방식이다.  

 결과가 중요한 것은 독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은 일이니까. 하지만 독일의 직장 문화는 서브웨이(Subway)에서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브웨이에서 주문해 본 적이 있는가? 메뉴를 선택한 후에도 빵, 채소, 치즈 종류에서 소스 선택까지 질문이 이어진다. 우리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진행할 때 단순히 '이 일은 초이씨가 해보세요.'가 아니다. 이전에 우리 팀에서 그 일을 한 적이 있는지, 내가 해본 적 있는 일인지, 나에게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누가 설명해 줄 것인지, 다른 팀과 협업이 가능한지, 나의 휴가를 고려해 예상 소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등 관련자들의 의사소통을 통해 일의 방향과 계획이 세워진다. 그래서 독일 기업에서 불합리해 보이는 알력 다툼이나 사내 정치, 실무자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된 과정은 존재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프로토콜이 정해져 있어 서로 의견교환을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확실하게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독일이 한국보다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훨씬 적은데도 이처럼 효율적으로 일을 하니 회사도 직원도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실무자가 상사가 시킨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 강압적이기보다 시간을 두고 서로 고민하는 것이 독일 직장 문화의 상식인 것 같다. 시작 전 과정에 들이는 이 수고가 흔히 말하는 직장인의 천국, 독일의 높은 근무 생산성의 한 비결이지 않나 싶다.

 

*이는 지금까지 제가 독일에 있으면서 느낀 사견입니다. 앞으로 독일에서 이직도 하고 경력이 더 쌓이면 신입사원이 알 수 없었던 이면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